스승 2

해마다 5월이면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을 차례로 맞게 된다. 나라에서 특별히 공휴일로 지정해 가면서까지 어린이, 어버이, 스승을 각별하게 챙겨주는 나라가 지구상에서 또 어디 있을까 싶다. 물론 다른 나라에도 이들을 배려하여 특정 날짜를 이들 각 대상들을 생각하고 기념하는 날이 있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각별히' 챙기고 대접해 주는 경우는 우리나라가 특별해 보인다는 것이다.

사실 이 세상을 구성하는 지수화풍 어느 것 하나 스승아님이 없겠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스승이라는 단어를 접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마음에 떠오르는 스승님은 대행선사이시다.

그런데 내가 대행선사를 칭할 때 요즘은 잘 사용하지 않는 스승님이라는 용어를 굳이 사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 용어가 순수 우리말인데 반해  요즘 너무나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선생 혹은 선생님'은 일제시대 이후에 보편화 되었다는 역사적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요즘 시중에서 통용되는 '선생'은 상대방을 높이는 의미에서 심지어는 나이가 어린 사람들에게까지도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쯤되면 '선생'은 학예가 뛰어나서 남을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본래의 뜻은 엷어질대로 엷어져서 마치 '~~님'하고 부르는 것처럼 상대방에 대한 약간의 존중을 담은 일반적인 지칭어가 되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이에 반해 '스승'은 단순히 어떤 것을 가르쳐 주는 사람 혹은 지식을 전수해 주는 사람의 차원을 넘어서서 본래 일찍부터 도를 깨달은 사람, 덕업(德業)이 있는 사람, 성현의 도를 전하고 학업을 가르쳐주며 의혹을 풀어주는 사람, 국왕이 자문할 수 있을 만큼 학식을 가진 사람 등의 의미를 포괄하고 있다. 스승이라는 말의 쓰임새를 보면 절집에서는 석가모니 부처님을 시아본사(是我本師) 석가모니불이라고 부르는 경우에서 보듯이 나(我)라는 존재의 근본 스승은 곧 석가모니부처님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유학에서는 군사부(君師父) 일체라고 해서 스승은 황제(혹은 임금)와 아버지와 둘이 아닌 존재, 즉 나를 중심으로 보면 하늘(임금)과 땅(아버지)을 아우르며 존재의 근본도리를 가르치고 이끌어 주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 사실 선사(禪師)라는 말도 선도리를 깨쳐 후학을 이끌어 주는 스님이라는 뜻이다.

스승의 날을 맞으면서 생각해 본 스승의 뜻이 이럴진대 대행선사를 지칭할 때 스승님이라 부르는 것은 당연히 그래야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있는 셈이 된다. 헌데 이 뜻을 새삼 생각하면서 내 스스로에게 '나는 과연 스승으로 불릴 수 있는가?'라는 자문을 해보지 않을 수 없다.

깊은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정진, 정진, 또 정진해야 함을 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