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산업, 국가의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키워가야

1897년 에디슨이 전구를 성공적으로 발명했을 때만 해도 그가 사용한 탄소필라멘트가 산업적으로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 지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에디슨의 탄소필라멘트는 대나무를 얇고 가늘게 켠 후 이를 불 속에서 적절하게 구워낸 것이었다. 즉, 불 속에 넣으면 타서 재만 남을 것으로 예상되던 원료를 사용했지만 그것을 태우지 않고 구워낼 수 있는 조건과 기술을 찾아냄으로써 탄소필라멘트가 만들어 질 수 있었다. 이후 이 기술은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어져서 머리카락 굵기의 10분의 1 수준의 아주 가느다란 필라멘트를 한 가닥이 아니라 수만 가닥씩 한꺼번에 구워낼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였다. 뿐만 아니라 필라멘트를 만드는 원료도 석탄, 석유화학의 부산물인 피치, 각종 합성섬유의 원소재인 고분자 등으로 다양하게 확대되었다. 우리가 오늘날 탄소섬유라고 부르는 제품은 이런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탄생했다.

미국의 보잉 787은 항공기 개발역사에 큰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항공기 소재의 50%(부피기준)를 탄소섬유 복합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알루미늄계 소재의 상당부분을 탄소섬유 복합재로 대체함으로써 더 가벼워지고, 가벼워진 만큼 더 많은 여객과 화물을 실을 수 있게 되어 항공사의 수익증대에 크게 기여하게 되었다. 그러나 더욱 주목할 점은 더 넓어진 여객공간에 쾌적한 수준의 습도조절이 가능해 졌다는 점이다. 알루미늄계 소재를 사용했을 때는 부식 및 이로 인한 안전성 확보, 유지보수 등의 문제에 대한 우려 때문에 여객공간에 높은 습도를 제공할 수 없었다. 장거리 항공여행을 할 때 코와 목이 말라서 불편했던 것은 여객공간의 습도가 낮았기 때문이다.

민간 여객 항공기에 탄소섬유 복합재가 대량 사용되었다는 것은 경비행기, 훈련용 비행기, 드론 등과 같은 날 것들은 물론 자동차도 조만간 탄소섬유 복합재 옷을 입게 될 것이라는 걸 의미한다. 현재의 자동차는 말할 것도 없고 차세대 자동차로 거론되는 전기자동차,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등도 연비는 높이고 기후변화의 주요원인 물질로 지목되고 있는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은 없애거나 아니면 최소화해야 한다. 이런 목적달성을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소재가 탄소섬유 복합재이다. 왜냐하면 자동차의 무게를 가급적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에 나오고 있는 전기자동차 중에는 엔진을 뺀 나머지 전부가 탄소섬유 복합재로 이루어진 것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항공기, 자동차에 쓰이는 소재면 토목, 건설 분야의 구조재와 보수 및 보강재로도 사용될 수 있다. 높은 가격 때문에 아직은 현장에서 사용되는 비율이 미미하지만 교량, 터널, 고층빌딩 등의 분야 특히 보수 및 보강수요가 많은 국내 건설현장에서 탄소복합재가 보편화 될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기후변화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가 날로 심각해 질수록 태양에너지, 풍력에너지 등과 같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는 원자력 발전의 대체수단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경제적 의미가 있으면서도 국가산업이 요구하는 에너지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해야 할 필요성이 매우 높아졌다. 여기에서도 탄소섬유 복합재가 등장해야 한다. 예를 들면 풍력발전의 용량이 커지면 커질수록 바람개비가 길어야 하는데 탄소섬유 복합재가 아니면 대안이 없다.

항공우주산업에서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산업, 자동차산업, 각종 기계장비산업, 방송통신산업, 토목건설산업, 철강화학 산업 등 국가경제의 척추를 담당하는 각 분야에서 탄소섬유 및 그의 복합재는 아주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마치 산업의 줄기세포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탄소산업에서 탄소섬유 및 그 복합재는 중심 역할을 한다. 그러나 탄소섬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제철소, 발전소 등은 탄소소재 중 하나인 흑연 전극봉이 있어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고도의 첨단기술 확보를 통한 국가 경쟁력 제고 및 연관산업 창출에 의한 대규모 일자리창출 등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탄소소재의 중요성과 그 파급효과의 지대함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료에서부터 최종제품에 이르는 일련의 공급사슬의 구축 관점에서 우리나라는 탄소산업이라 부를 만한 산업체계가 구성되어 있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력양성정책, 산업지원정책 그 어느 것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산업기술분류체계에 탄소소재가 세라믹의 유리, 도자기 등과 동급으로 분류되어 있는 것이 우리 정부의 탄소소재에 관한 무지한 인식수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고, 학문분류체계 속에서 탄소소재가 독립된 한 분류가 아니라 여러 학문분류 속의 작은 지류로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것이 또 다른 예이다.

탄소산업은 일본과 독일이 세계를 주도하고 있다. 탄소산업의 중심축을 담당하고 있는 탄소섬유 및 그 복합재만 해도 일본이 세계 일등 국가이다. 도레이, 데이진, 미츠비시 레이온 등과 같은 섬유회사들이 전 세계 탄소섬유시장의 45% 를 차지하고, 이들 회사와 이런 저런 관계를 맺고 탄소섬유를 생산하고 있는 미국의 졸텍, 헥셀과 같은 회사가 약 24% 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데 속 내용을 보면 70% 에 가까운 세계시장을 일본 혹은 일본과 관련 있는 회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는 일본의 섬유회사들이 오랜 기간 동안 어려운 경영여건에도 불구하고 탄소섬유 사업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얻은 결과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2012년에 이르러서야 효성과 태광에서 상용화 시작 단계에 진입한 수준이다. 약 30여년 정도의 기술 격차를 안고 출발했지만 비교적 빠르게 따라가고 있어 2015년에는 효성 4000톤, 태광 1500톤의 생산능력을 갖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석유정제 후 남는 피치가 탄소섬유의 원료로 쓰이기 때문에 G S 칼텍스와 같은 정유업체에서도 이를 이용하여 피치계 탄소섬유의 상업생산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탄소섬유 시장의 선두업체인 일본의 도레이사는 전세계 탄소섬유 시장이 연간 11% 이상 성장하여 2013년 20억달러 규모에서 2020년 50억 달러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기업들도 빠른 시일 내에 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기를 기대 해 본다.

최근 들어 우리 정부도 탄소산업의 중요성을 조금씩 깨달아 가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예컨대 미래창조과학부가 탄소섬유 복합재료를 민관협업의 플래그십 프로젝트로 추진할 것을 확정한 것과 산업통상자원부가 13개 창조경제 산업엔진 프로젝트 중 하나로 탄소섬유를 포함한 탄소소재를 선정한 것이 좋은 예이다. 그러나 정부의 거의 모든 탄소관련 정책이 탄소섬유에 집중되는 것은 즉흥적이고 대증요법적 요소가 강하다는 면에서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건전한 탄소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더 필요하고 중요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나라가 석유화학 정제부문에서 세계1위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는 점이다. 탄소산업은 석유화학 정제의 부산물을 원료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이미 좋은 출발 환경을 갖추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원료-중간제품-완제품에 이르는 일련의 공급사슬체계를 제대로 구축해 주기만 한다면 우리나라 탄소산업의 미래는 한층 밝아질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 이외에도 그래핀, 탄소나노튜브 등과 같은 나노탄소소재에 대한 우리나라의 연구는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그러나 높은 수준의 연구결과가 산업과 연계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와 투자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나노탄소소재의 연구결과가 탄소섬유, 흑연 등과 같은 기존의 탄소소재에 적용되어 새로운 기능과 특성을 발휘하는 신소재의 창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므로 원천기술-생산 및 공정기술-제품화기술 등 기술의 종류와 단계별로 특화된 연구와 지원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이와 같은 체계적이면서도 심도있는 연구와 지원은 현재 일본과 미국이 과점하고 있는 탄소섬유 시장에서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고 대일 무역역조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탄소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발굴과 지원이야말로 새로운 먹거리 창출, 많은 일자리 창출을 주 내용으로 하는 창조경제의 핵심 어젠다이어야 하고 이런 점에서 관산학연이 모두 합심하여 지혜를 모으고 자원과 능력을 결집해야 할 책무가 있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