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임 洪國善대표의 별세로 조금은 갑작스레 대표직을 맡게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8개월가량 지났는데, 어떠신가요.
“여기 와서 일을 해보니 洪國善교수가 얼마나 훌륭한 분이셨는지, 또 얼마나 엄청난 일을 해 오셨는지 새삼 느끼게 됐습니다. 대표직을 맡으면서 이 세계의 용어와 문법을 익히는 일이 급선무였는데, 이젠 어느 정도 익숙해졌습니다.”
- 기술지주회사가 출범한 지도 벌써 6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잘 모르는 동문들이 많습니다.
“사실 오늘 인터뷰에 응한 것도 기술지주회사에 대해 동문님들께 좀 더 알려드리고자 하는 이유가 컸습니다. 한마디로 기술지주회사는 교수, 연구원, 직원 등 모교 구성원들이 창출해 낸 지식가치를 수익가치로 창출해 내는 일을 하는 조직입니다. 산학협력단 산하의 지식재산관리본부에서 기술이전, 기술관리, 계약법제의 업무를 주로 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중에서도 기업들이 좀 더 관심을 두는 특허에 대해 기업과 협의를 해서 새로운 벤처회사 및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이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그 수익이 다시 학교에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우리의 역할입니다.”
- 지난해 11월 창업지원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비 더 로켓'을 시작했는데, 현재 진행 사항은 어떤가요.
“현재 창업 벤처를 발굴해 교육하는 프로그램은 많이 나와 있지만, 서울대만의 특화된 창업보육 모델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전국 대학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비 더 로켓'은 `케이(K) 벤처 모델'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새롭게 출범시킨 실험적인 프로그램입니다. 단순히 창업 아이디어를 공모해 심사하는 데 그치는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실질적으로 시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응모 조건으로 실시했습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을 심사해 최종적으로 3팀을 선발해 시장에 제품을 내보일 계획입니다. 1백61개 팀 중 1∼2차 심사를 통해 현재 6개 팀이 경합 중입니다.”
- 창업에 성공을 하게 된다면 수익 배분은.
“비 더 로켓은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저희가 실험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수익 배분과 관련해 나누는 것이 없습니다. 2차 심사를 통해 선발된 팀들에 대해선 사무공간은 물론 숙식도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창업에 성공했을 때 따로 금전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 실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장기적으로는 수익이 학교로 다시 유입될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야겠죠.”
- 출범 당시 2017년까지 50여 개의 자회사 설립 계획을 세웠는데, 현재 어느 정도 도달했는지요.
“학교가 20% 이상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를 자회사로 분류하고 있는데, 특히 저희는 서울대학교의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것을 전제로 자회사를 설립하고 있습니다. 현재 24개의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 중에서 3분의 1 정도는 좀 더 집중해서 키운다면 좋은 성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기술지주회사 등을 두고 학교가 비즈니스를 한다고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없나요. 또 벤처 관련 일을 하면서 한국의 기업 생태계에 대해 어떻게 느끼셨는지요.
“초기에는 공공섹터에 왜 이익 관련 사업이 들어오느냐는 시각이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지금은 오히려 격려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미국 기업의 활력을 얘기할 때 실리콘밸리를 많이 얘기하는데, 관악밸리, 나아가 대한민국 밸리가 조성됐으면 하는 게 바람이고, 그 핵심역할을 서울대가 했으면 좋겠습니다. 대기업들은 네트워크가 튼실하고 안정감 있지만 덩치가 커 혁신이 쉽지 않습니다. 벤처는 역동성과 혁신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벤처 성공 토양이 건실하지 못했던 면이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큰 기업이 네트워크를 통해 기술을 빼나가거나 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그럼에도 대기업이 없이는 기술거래시장은 활성화될 수 없습니다. 점차 신뢰와 존중의 문화가 쌓이고 있고, 대기업도 벤처의 혁신성과 대학에서 나오는 신기술에 대해 관심을 높이면서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습니다.”
- 지난 6년간 가장 성공사례라 평가하는 사업이 있다면.
“그동안 단순 기술이전으로도 연간 평균 40억원에 이를 정도의 수익을 꾸준히 내오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이제는 점차 단순한 기술이전이 아닌 우리 기술을 바탕으로 한 자회사를 설립해 수익성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죠. `서울대'의 이름이 들어간 닭고기, 우유 등의 다양한 제품을 시중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 개인적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대학 시절 어떻게 지내셨나요.
“저는 아쉽게도 대학 생활을 재미있게 보내지는 못했습니다. 민주화 데모와 휴교가 반복되는 등 어려웠던 시기였고, 4년 내내 아르바이트하다가 시간을 다 보낸 것 같아요.”
- 1997년 모교에 부임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당시와 비교해서 연구환경 등 처우개선은 많이 됐는지요.
“많이 좋아졌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연구비 예산이 계속 늘어남에 따라 연구혜택을 보는 교수들도 늘어났고, 개인적으로 확보해오는 연구비 규모도 커졌습니다. 부임 당시만 해도 고가 기자재가 국내에 많지 않았는데 지금은 연구에 필요한 고가 기자재가 거의 다 있다고 보면 됩니다. 다만 연구공간은 과거에 비해 크게 나아진 것이 없어요. 건물이 많이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교수들의 연구공간은 늘어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습니다.”
- 동문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그동안 우리 동문들이 학교를 위해 많은 도움을 주셔서 건물도 새롭게 세우고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많이 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제는 지식가치에도 투자를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술지주회사에 많은 관심을 둬 주시고 후원을 해주셨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가령 많은 교수님들이 특허를 내고 싶어도 학교 재원에는 한계가 있어서 외부 투자자를 직접 구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이 사장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투자조합이나 펀드를 조성해 유망한 특허를 출원 단계부터 지원해주셨으면 합니다. 수익금이 발생했을 때 그중 일부는 다시 학교 발전기금으로 기탁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진 = 邊廷洙기자·정리 = 林香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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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도리]2017년 9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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